쓰십시오.
쓰지 않으면 잘 쓸 수 없습니다.
PROLOGUE
책 한 권에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쓰는 카피라이팅 책
창피를 무릅쓰며
이 책은 카피라이터로 살아온 내 30년의 압축입니다. 카피라이터로 살 만큼 살았으니 카피를 바라보는 개똥철학도 생겼을 것이고 카피 쓰는 요령도 조금은 쌓였을 것입니다. 별 대단할 것도 없는 것들이겠지만 이제 그것들을 풀어놓으려 합니다. 창피해서 나 혼자 감춰두고 보던 것을 에라 모르겠다, 후배 카피라이터들과 나누려 합니다.
책을 시작하며 맨 먼저 한 생각. 내 카피만으로 책 한 권을 써야지. 남들이 쓴 카피 쓸어 모은 책이라면 굳이 내가 쓸 이유가 없으니까. 이 생각이 그대로 책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책에 올리기 쑥스러운 허접한 카피라 한둘이 아닙니다. 하지만 창피를 무릅쓰려 합니다. 내가 작업하는 과정과 작업한 결과를 가감 없이 보여드리는 것이 이 책이 해야 할 일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물론 내가 쓰지 않은 카피도 몇 줄 등장하지만 이는 조금 더 친절한 설명을 위해 필요할 때만 제한적으로 인용했습니다.
나는 오랫동안 프리랜서로 일했습니다. 남의 전쟁이나 전투에 용병으로 참여해 카피라는 핵심 무기를 생산, 공급해주는 일이 내가 하는 일이었습니다. 전쟁은 늘 어렵습니다. 이길 때보다 질 때가 더 많습니다. 전쟁에서 지면 애써 생산한 무기는 그날로 죽은 자식이 되고 맙니다. 이 책에 예시한 카피 상당량이 바로 그 죽은 자식들입니다. 죽은 자식들이 벌떡 일어나 책을 쓰게 해 주었습니다. 효자들입니다. 오늘의 카피라이터와 내일의 카피라이터 모두에게 권합니다. 죽은 자식 버리지 말고 창고 하나 만들어 잘 모셔두라고. 그 창고가 에드신 수첩 부럽지 않은 모물이 된다고. 3년 전 커피 광고 카피로 썼다 죽은 자식이 3년 후 맥주 광고 카피로 부활할 수도 있다고.
나는 이렇게 썼는데 너는 어떻게 쓸래?
이 책은 교과서가 아닙니다. 현대 광고의 아버지 오길비(David Ogilvy) 선생 말씀도 아닙니다. 내 성공과 실패를 내 마음대로 오리고 붙인 카피 보고서에 가깝습니다. 나는 이렇게 썼는데 너는 어떻게 쓸래? 묻는 카피 연습장에 가깝습니다. 동의하기 어려운 외로운 주장도 있을 것이고 시대에 뒤진 생각도 있을 것입니다. 비약과 무리와 과장과 무지와 억지도 있을 것입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카피책을 기대하셨다면 읽지 않는 게 좋습니다. 정철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머리를 굴리는지, 어떻게 카피를 쓰는지. 그의 머릿속과 연필 끝을 훔쳐보고 싶은 사람은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입니다.
나는 카피라이터가 될 건 아닌데 이 책 읽을 필요가 있을까? 묻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카피든 에세이든 연애편지든 사람 마음을 열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모든 글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카피라이터가 아닌 사람은 짧은 글로 사람 마음을 얻는 방법이라는 관점 하나만 붙들고 읽어주시면 됩니다.
나는 평생 카피 써서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책도 살 수 있었습니다. 카피는 내 인생 가장 고마운 두 글자입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마치는 책 한 권은 꼭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꽤 오래전부터 했습니다. 그런데 게을러서 못 썼고 자신이 없어 못 썼습니다. 그 숙제를 이제 합니다. 더 늦으면 영영 못할 것 같아 이제라도 합니다. 그래서 기분이 가볍습니다. 비주얼을 맡아준 손영삼 님에게 특별히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당신이 쓰는 모든 글이 카피다
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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