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혜민 스님)
프롤로그
잠깐 멈추고 나를 사랑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사실 트위터를 시작하게 된 것은, 미국에서 영어를 사용하다 생긴 모국어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강의가 끝나고 텅 빈 연구실에 있다 보면 향수병에 걸린 것처럼 모국의 언어가 사무치게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일상생활 속에서 떠오른 생각들을 트위터에 기록했고, 모국의 언어로 대화해주는 사람들과의 소통 속에서 큰 위안을 얻곤 했다.
내가 위안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던 날들 속에서, 도리어 사람들이 내가 남긴 몇 마디 말에 위안을 받았다는 글들을 남기기 시작했다. 상처받은 마음이 치유되었다는 글, 용서하지 못한 사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는 글, 못난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는 글, 지친 퇴근길이었는데 힘이 난다는 글.. 나의 한마디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용기와 위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의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맑은 글, 따뜻한 글들을 올려보자고 마음먹게 되었다.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의 소중함을 깨닫고, 스스로를 사랑하고, 나아가 다른 사람도 껴안을 수 있게 되도록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좋은 만남들을 이어가며 비로소 알게 되었다. 양극화 속에서 청년들은 등록금 문제, 실업문제, 비정규직과 같은 고용불안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는 사실을. 또 높은 이혼율과 자살률을 반영하듯 많은 사람들이 관계 속에서 고통받고 외로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더불어, 필요 이상으로 타인을 의식하며 항상 뒤처진 것 같은 기분, 자신은 왠지 부족한 것 같은 기분에 빠져 살고 있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들의 마음이 언제나 초조하고 긴장상태라는 사실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직 내가 공부가 덜 되어서 그럴 수도 있고 진정한 승려의 본분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말을 걸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그들에게 법회를 통해, 그리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블로그와 같은 온라인상에서 말을 걸기 시작했다. 우리 잠시 멈춰보자고. 과거를 반추하거나 불안한 미래를 상상하는 마음을 현재에 잠시 정지해놓고 숨을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자고. 그렇게 항상 급하게 어디론가 가다 보면 진정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고. 잠시 마음을 현재에 두고 쉬다 보면 내 안팎의 모습이 드러나니, 우리 함께 조용히 그렇게 바라보자고.
삶의 지혜란 굳이 내가 무언가를 많이 해서 쟁취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편안한 멈춤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는 간단한 진리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아니, 단 한 사람에게라도 더 알리고 싶었다. 그런 지혜가 생기면 비로소 나 자신과 지금의 상황이 좀 더 선명하게 보이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내가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도 알 수 있게 된다. 그때 편안함도 더불어 느낄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그 간절한 내 마음을 담은 기록들이다. '한 사람에게라도 더...' 이 마음이 나로 하여금 참으로 많은 말들을 하게 만들었다. 침묵속에서 수행으로 세상을 밝게 하는 분들에게 내 맘들이 소음으로 들리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내 글에 위로를 받았다는 사람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내겐 오히려 그들이 스승이었다. 그들 덕분에 하루 4시간씩만 자면서 투잡을 뛰는 분, 자살하고 싶을 정도로 괴롭다는 학생, 취업에 자꾸 미끄러져 슬프다는 청년실업의 아픔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스승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쫓기듯 사는 삶에 지친 이들에게, 스트레스 덜 받는 생활을 목표로 하나 마음처럼 잘되지 않는 분들에게. 자기 스스로가 못마땅하고 누군가에 대한 미움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그리고 진정한 사랑으로 가득한 삶을 희구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그대들이 진정 행복하길 간절히 바란다.
혜민 두손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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