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됐지(이성호)
책머리에
"관계적 사고를 키워라"
"차라리 TV를 치워버리고, 신문도 끊어버리든지... 뭐, 신통한 게 있남? 뉴스 틀어봤자 방송마다 똑같고 신문도 다 똑같아서, 하긴 뭐 신통한 뉴스가 있겠는가? 그저 허구한 날 우울하고, 찌들고 , 앵무새처럼 반복되는 이야기들뿐이니 말이야. 경제 불황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든지, 6자 회담이 언제 열릴 것이라든지. 북핵이 어쩌고... 여야 '관계'가 얼어붙고 있다든지... 언제 제대로 된 여야 '관계'가 있기는 했는가? 얼어붙고 자시고 하게....
TV 드라마도 그래, 이제 웬만한 이야기로는 사람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기가 어려우니깐, 말도 안 되는 기상천외한 '관계' 설정으로 사라들의 시선을 끌려 하고... 건국 230여년 만에 첫 흑인 대통령을 뽑은 미국은 지금 대통령의 피부색만큼이나 혹이든, 백이든,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여자든, 남자든 다 포용하고 '관계' 시키는 큰 정치를 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인지 모가지인지에서 비롯한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며 국력을 모으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들 하려고 하는지...
펀드도 그래, 그나마 노후자금으로 정말 아끼고 모아두었던 돈을 몽땅 펀드에 가입했었는데, 지금은 반의 반토막 나버렸고... 회사에 앉아 잇어도 그저 뒤숭숭거리는 분위기뿐이니. 구조조정이 곧 있을 거라나, 우선 부장들 중 몇을 추린다는데.... 그때 그래서 내가 일찍 부장 되는 것, 뭐 별로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했지... 아휴 모르겠다. 하나님은 계신 거요? 안 계신 거요? 가슴이 답답하다. 외롭다. 세성에서 그저 통째로 왕따 당하고 있는 기분이다. 집에 간들 식구들도 제각기 뭘 하는지 서로 바빠 얼굴 보기도 어렵다. 애들은 대학입시에 치여 늘 학원에 가 있는지 도통 얼굴 보기 어렵고, 이 여자는 밥을 해놓고 어딜 간 거야, 아니면 곧 들어온다는 얘기야? 지금이 몇 신데 아직 안 들어오는 거야?
누군가 119에 전화를 걸어 내 가슴에 타고 있는 불도 꺼줄 수 있냐고 물었다더니 바로 내가 그렇다. 그냥 타들어간다. 소리라도 한 번 크게 지르고 싶다. 주먹으로 벽을 쳐본다. 친구들도 요즘엔 서로 연락도 없다. 그들이 내게 정말 친구일까?
도대체 내게 가족은 나와 무슨 '관계'인가? 친구는 나와 어떤 '관계'인가? 이 세상에 그 누가 내 이야기를 진정 밤새도록 들어줄 수 있겠는가? 왜 지금에 와서 이토록 세상에서고 집에서고 버림받은 기분, 왕따 당하는 기분인가?"
위의 독백은 어디에선가 바람을 타고 내게 들려온 어떤 중년 남자의 긴 예레미야적 탄식이다. 이 탁식이 어찌 그 사람만의 탄식이겠는가? 세상에 파묻혀 시간을 잊고 허우적거리며 바삐 살아온 수많은 필부필부들의 공통된 숨겨진 잔식일지도 모른다. 또 그런 탄식은 어찌 어른들만의 전유물이겠는가? 앞날이 창창하다고는 하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갈길을 잃어 갈팡질팡 마음이 아득해진 젊은이들에게서도 들려온다.
그렇다면 그런 탄식의 뿌리는 무엇인가? 그 근원의 한 가닥은 분명 '관계'라는 인간의 본능적 행위라고 생각한다. 결국 삶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관계가 아니던가?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한평생 숱한 관계의 늪에서 살아간다. 가족과의 관계, 직장(일)과의 관계, 세상사와의 관계 그리고 무수한 사람들과의 관계, 그 모든 관계가 곧 인간의 삶을 이루는 실체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관계의 과정에서 기쁨, 행복, 성공, 만족, 희열을 느끼고, 때로는 좌절, 고통, 불만, 실패, 갈등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생을 성공적으로 산 사람들은 곧 관계에 성공한 것이고, 인생에 실패한 사람들은 관계에 실패한 것 아니겠는가? 탄식은 바로 그러한 관계의 실패가 앙금으로 몽쳐 쌓여 있다가 "어쩌다 모든 관계가 이렇게 됐지?" 하는 한숨으로 터져 나오는 것이다.
나는 바로 그러한 탄식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이 책을 썼다. 특히, 관례적 사고력을 필수로 여기는 오늘의 네트워킹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신세대들을 위하여 이 책을 썼다. 그들이 자신의 성장 배경을 한 번쯤 돌아보면서 자신은 물론 그들의 자녀들이 어떻게 하면 삶에서 보다 성공적인 관계를 창출하고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조언을 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언제나 책을 쓸 때면 반복되는 한 가지 후회가 있다. 즉, 머릿속에는 쓰고 싶은 수많은 생각들이 있지만 필력이 부족해서 그것들을 한껏 쏟아내지 못하는 아쉬움이다. 이번에 쓴 이 책도 그 점에서는 예외가 아니지 싶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관계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나와 다양한 현태의 관계를 맺고 내 삶에 행복과 의미를 가져다준 나의 가족과 그 외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덕분임을 밝혀둔다.
가뜩이나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이때에, 또한 전자정보의 여파로 도서출판 경기가 예전보다 몹시 어려운 때에 그저 필자의 생각에 공감한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선뜻 출판을 떠맡은 도서출판 말글빛냄에 고마움을 표한다.
한 겨울에 잠든 우면산을 내다보면서
2009.1월
이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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