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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개

전통시장의 부자상인들 나는 골목의 CE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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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의 부자상인들 나는 골목의 CEO다 

 

 

책을 내며

 

 장마 때보다 더한 억수 같은 비가 퍼붓던 2012년 가을 어느 날 오후, 서울 남대문 옆에 있는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서 '변화하는 상인, 꿈꾸는 시장'이라는 테마로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우리 사회의 풀뿌리 소상공인인 전통시장 상인들이 점차 경쟁력을 잃고 위축되어가는 현실에서, 이들이 자생력을 갖추고 지속 가능한 성공모델 및 변신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보자는 취지 하에 기획된 행사였다.

 삼성경제연구소와 중소기업연구원이 공동으로 개최한 이 심포지엄의 주인공은 바로 '사장상인'이었다. 두 연구기관의 연구자들이 전국의 전통시장들을 찾아다니며 많은 상인들을 만나서 듣고 이야기 나눈 것을 엮어낸 발표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몇 명 성공상인들의 이야기가 투박하지만 큰 울림으로 전달되는 자리였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묵묵히 자기 사업을 하고 있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삶과 모습을 있는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여느 세미나나 심포지엄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시장상인들로 구성된 합창단의 축하공연이 어우러지면서 그들의 꿈과 희망을 엿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지금과는 천양지차였어. 그때까지는 먹고살 만했지. 그런데 이제는 도대체가 앞이 안 보여."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있어야지."

 

 "하루하루 장사하기도 바빠. 그리고 말이 그렇지. 나보다 이 바닥 잘 아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전통시장을 다니면서 수많은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냄비 속의 개구리

'라는 말이 있다. 개구리를 미지근한 물속에 넣고 온도를 서서히 가열하면 개구리는 자기가 익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결국 죽고 만다는 이야기다. 과거의 타성이나 습관에 안주하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적응해야 하는 이유를 깨닫지 못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뒤쳐지거나 돌이킬 수 없는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다는 뜻이리라. 시장상인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적지 않은 상인들이 이런 상황에 놓여 있는 건 아닌지 걱정과 우려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20만여 개의 점포, 35만 명이 넘는 상인들의 생업의 터전인 전통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굳이 경제수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많은 이들이 이미 피부로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그 이유는 복합적이다. 어느 한두 가지 원인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확실한 것은 전통시장이 추세적으로 쇠퇴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뭔가 의미 있는 전환점이 마련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같은 위기의식이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

 '긍정 바이러스'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어떤 강렬한 동기가 작용하지 않으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법이다. 시장 전체의 혁신과 변화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각자 '작은 기업의 성주'인 시장상인들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장상인들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을 자극하고 일깨울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과연 그것은 무엇일까? 바로 호기심, 경쟁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무기력함,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있지 않고 강한 의욕과 절실함으로 무장하여 알토란 같은 성공의 결실을 일궈가고 있는 남다른 상인들의 이야기를 발굴하여 널리 알리는 것이다. 이런 각양각색의 상인 이야기들은 다른 상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이들의 자발적 변신과 혁신이라는 선순환 고리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시각을 토대로, 전국의 시장에 '숨어 있는; 강소상인들을 수소문하여 만나보고자 노력하게 되었고 이들의 보석 같은 이야기와 켜켜이 쌓인 경륜을 접하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시장상인에 대한 어설픈 선입견이 여지없이 깨지는 신선한 충격을 경험하였다. 이제 삶의 치열한 현장에서 자기 자신만의 방식을 통해 당당하게 사업을 영위해가는 상인들의 이야기를 풀어내 보고자 한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이 계신다. 우선, 시장상인으로 살아온 개인의 삶과 일터 이야기를 기꺼이 들려주고 활자화하는것을 허락해주신 상인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분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이 책이 세상에 나오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필자들이 만났던 수많은 상인들로부터도 많은 영감을 얻었음은 두말한 나위가 없다. 이 과정에서 음으로 양으로 사례 발굴 및 소개에 도움을 주신 시장경영진흥원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출간을 권유해주시고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삼성경제연구소 정기영 소장님, 책자화 작업에 관심을 갖고 많은 아이디어를 주셨던 민승규 경제정책실장님과 신현암 사회공헌 연구실장님, 기탄없이 좋은 의견을 주신 김선빈 수석연구원과 중소기업 연구원의 남윤형 박사 외 여러분들, 그리고 한 권의 책으로 나올 수 있도록 원고를 꼼꼼히 검토하고 조언해준 임진택 팀장을 비롯해 출판팀에 지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시장상인을 인터뷰하면서 들은 말 중에 기걱나는 것이 있다.

 

 "시장 점포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본인도 잘되고 이웃에도 도움이 되는 점포가 있는가 하면, 이웃 점포나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점포가 있다."

 

 이 책이 전통시장 내에 '본인도 잘되고 이웃에도 도움이 되는 점포'가 좀 더 많이 생겨나는 데 초석이 될 수 있다면, 그래서 이런저런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점포를 경영해가고 있는 우리 전통시장 상인 여러분들께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집필진을 대표하여

 이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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