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어떤 통장과 체크카드가 좋아요?"
"어느 저축은행이 안전한가요?"
"펀드는 어떤 걸 해야 할까요?"
네이버에 '자산관리는 거북이처럼'이라는 카페를 개설하고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들이다. 위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가? 대답할 수 없다고 해도 괜찮다. 지금부터 이 책을 통해 이 질문들이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아가게 될 테니까.
그런데 만약 이 질문에 주저 없이 대답할 수 있다면, 안타깝게도 당신은 대두분의 사람들처럼 전체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에만 집중해왔을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돈을 잘 관리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자산관리의 핵심은 단편적인 지식을 아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한다.
카페를 운영하면서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금융지식수준이 생각보다 낮고 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조차 핵심을 간과하고 곁가지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금융지식이 부족하면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해서 문제지만, 핵심을 짚지 못하는 사람들이 집중하는 곁가지는 잘못된 정보일 때가 많아 더욱 문제다. 그런데 그들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왜 이러한 일이 생기는 것일까? 그것은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 각자의 이해관계에 맞게 가공한 정보들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각자에게 필요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급여를 처음 받기 시작한 사회 초년생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위험을 감수하며 투자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인 현금흐름을 만들고 돈을 아껴 쓰고 저축하는 건전한 소비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그리고 종잣돈 마련에 성공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앞으로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안전하게 자산을 증식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이러한 필요에 대해 올바른 방향과 건전한 방법론을 제공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에는 수많은 정보와 자료가 넘쳐나지만 대개는 비전문적이고 상업적이라 오히려 혼란을 야기한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에 등록되는 수많은 질문에 답변을 달아주는 자칭 전문가들은 대부분 보험사 영업사원이고, 넘버원 재테크포털이라 불리는 곳은 보험판매대리점과 연결되어 잇는 것이 현실이다. 또 '재무설계'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이들의 상품판매를 위한 영업 관행은 믿었던 고객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집단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기대하는 것은 정말 순진하고 어리석은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모든 물체의 근원은 금융기간이다. 금융기간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금융기관은 기업이고,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며, 이는 오로지 상품판매를 통해서만 가능하기 대문이다. 한가하게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며 이상을 추구하고 있을 시간이 없는 것이다. 같은 상품을 불특정 다수에게 무작위로 판매해야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산업은 여전히 대량생산과 판매가 이뤄지는 착취산업이다. 금융기관과 이를 이용하는 고객의 이해관계는 상충된다. 따라서 이러한 불편한 진실을 인식하고 그들이 제시하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보험료는 수입의 10퍼센트가 적당하다'. '연급가입은 빠를수록 좋다'등의 말도 주의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특히 금융기관이 당신에게 먼저 접근할 때는 주의하자. 그들은 돈이 될 때 먼저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시중에 베스트셀러라고 불리는 재테크 서적들은 어떤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에 그치거나 곁가지에 치중한 나머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는 게 다반사다. 카페를 처음 개설했을 때 가입한 회원들은 나름대로 재테크에 관심이 많아 관련 서적도 많이 읽고 꾸준히 공부해온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회원들 대부분은 몇몇 책의 영향으로 통장 정리를 했는데도 현금흐름 관리가 엉망이었고, 베스트셀러 저자의 말대로 펀드에 가입했지만 투자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 정리조차 안 된 사람이 태반이었다. 또 베스트셀러의 영향으로 은퇴준비에 대한 관심은 고조되었지만 정작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우좡좌왕하다 많은 사람들이 보험사 영업사원의 먹잇감으로 전략하기도 했다. 나는 그 책들을 직접 읽고 나서야 왜 사람들이 그렇게 당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되었고, 실로 그 베스트셀러들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막강한 영향력을 미쳤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금융산업 전반에 팽배한 패러다임, 즉 일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철전히 금융기관의 이익만 추구하는 잘못된 재테크의 패러다임을 바로잡고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신용카드로 대변되는 비정상적인 소비문화부터 고수익의 환상에 적은 투기문화, 이상에 지나지 않는 재무설계, 막장에 이른 보험산업까지 바로잡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금융기관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패러다임은 이제 퇴출되어야 한다.
이를 대체할 새로운 패러다임은 무엇일까? 바로 사람을 이해하는 것, 즉 나를 이해하는 것이다. 모든 처점은 금융상품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맞춰져야 한다. 생각해 보자. 과소비는 신용카드 탓일까, 나의 절제력이 부족한 탓일까? 투자실패는 펀드를 잘못 골라서 일까, 나의 탐욕 때무일까? 암 치료가 가계가 휘청거린 것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서일까, 나의 건강 관리 소홀 때문일까? 답은 모두 후자이다. 따라서 자산관리는 사람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람을 단순히 상품판매의 대상으로 보고 사람의 심리를 상품판매에 교묘히 활용하는 현 금융시스템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며 적절히 금융상품을 활용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의 주체여야 한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완벽한 현금흐름 시스템을 구축하라'와 2장 '종잣돈 마련의 벽을 넘어라', 3장 '불패의 투자원칙은 따로 있다'에는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소비와 저축, 투자 이야기를 담았다.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는 과정에서 합리적 판단의 근거를 행동의 주체인 사람에게서 찾고,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방법을 제시하려 노력했다.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보다 사람에 대한, 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시행착오를 줄이고 목표달성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높은 금리의 적금상품과 과거 수익률이 높은 펀드를 두고 고민하는 것보다 나는 왜 남들처럼 수입의 50퍼센트 이상을 저축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결국 종잣돈을 모으고 자산을 불려 나가는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따라서 모든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은 나 자신을 이해한 후에 찾을 수 있다. 4장 '위험한 재테크의 함정을 피하라'에서는 문제가 심각한 각종 금융상품을 새로운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사람들의 특성을 교묘히 이용하는 금융기관들의 세태를 담았다. 핵심은 착취산업인 금융산업을 제대로 알아야 금융기관의 교묘한 착취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기관은 당신의 친구가 아니며 당신 입장에서 친절히 설명해주는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스스로 공부하고 제대로 된 정보를 찾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새로운 변화의 시점에 있어 소비와 저축, 투자에 관심이 많은 신입사원이나 신혼부부 그리고 기존의 재무설계 및 금융기간들에 실망하고 지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 책이 새롭고도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믿는다.
누구나 금전적으로 부자가 되길 원한다. 그 방법은 간단하며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다. 돈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고 아껴 쓰고 저축하는 것 말이다. 부자들이 가지고 있는 성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후천적으로 터득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미 우리 많은 카페 회원들이 이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 이 책을 읽을 여러분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금융기관에서 심어준 고수익에 대한 환상으로 수익률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운이 따라야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더 이상 막연한 것에 기대를 걸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자산관리는 거북이처럼 하자. 거북이처럼 천천히 한 걸음씩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그리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 고수익만 좇는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합리적입 소비습관과 잘 짜인 현금흐름으로 열심히 저축하는 사람을 당해낼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나오기까지 나를 믿고 기다려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 또 불완전한 기획안을 믿고 출판을 결정해주신 알키 관계자들 그리고 책을 쓰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고 어떤 책을 써야 할지 방향을 제시하며 수많은 영감을 준 '자산관리는 거북이처럼' 카페의 회원들에게 감사하다. 거북이 카페는 계속해서 객관적인 정보공유의 장으로 성장해나갈 것이다.
박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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