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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개

통섭의 식탁_왜 '통섭의 식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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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의 식탁_왜 '통섭의 식탁'인가
통섭의 식탁_왜 '통섭의 식탁'인가

머리말

세상에서 가장 풍성한 만찬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왜 '통섭의 식탁'인가

통섭의 식탁? 왜 통섭인가? 기획 독서가 당신을 통섭형 인재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내가 통섭의 개념을 우리 사회에 소개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통섭형 인재가 된 것은 결코 아니다. 아직 스스로 통섭형 인재가 되었노라 자부할 수는 없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자의 반 타의 반 통섭형 삶을 살아왔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인이 되겠다고 맘먹고 일찍이 문학을 가슴에 품었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문과와 이과의 장벽을 사이에 두고 엉뚱하게 이과로 배정되어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분단의 아픔이 훗날 나로 하여금 과학자로 살면서도 끊임없이 인문학을 기웃거릴 수 있는 자유분방함을 선사할 줄은 미처 몰랐다. 이 책에는 그런 나의 아름다운 방황의 흔적이 질펀하게 널려 있다. 왜 식탁인가? 통섭은 19세기 영국의 자연철학자 윌리엄 휴얼William Whewell이 만든 용어 'consilience'라는 말은 별로 인기가 없었는지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 웬만큼 두툼한 영어 사전에도 실리지 않은 고어가 되어버렸다. 휴얼은 학문 간의 넘나듦을 도모하기 위해 '함께 솟구침jumping together'이라는 개념의 용어를 만들어 소개했지만 그 당신 영국인들에게는 소화하기 어려운 개념이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애써 만든 단어가 사장된 게 아닐까 의심해 본다. 내가 우리 사회에 통섭의 화두를 처음으로 던진 게 2005년이니 이제 햇수로 6년이 되었다. 그리 길지 않은 기간에 통섭의 개념은 실로 놀라울 속도로 우리 사회 곳곳을 파고들었다. 학계를 물론, 기업들도 앞다퉈 통섭을 끌어안으려 한다. 영국인들에게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던 통섭의 개념이 왜 우리에게는 이처럼 쉽게 다가오는 것일까? 나는 우리 음식 문화에서 그 까닭의 실마리를 찾았다. 우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비빔밥이라는 실로 기이한 음식을 개발한 민족이다. 이제는 비행기 기내식으로도 인기가 있지만 우리 음식이니 한번 냉정하게 얘기해 보자. 비빔밥은 솔직히 정말 어색한 음식이다. 크고 움푹한 그릇에 밥을 한 그릇 퍼 넣은 다음 왜 어울리지도 않는 온갖 종류의 채소를 그 위에 뿌리는 것일까? 그 한가운데에다 왜 또 달걀 하나를 부쳐 떡 하니 얹는 것인가? 하지만 참기름 한 번 두르고 비비면 돌연 환상적인 맛이 탄생한다. 어쩌면 섞는 것 하나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우리가 제일 잘하는 게 아닐까? 우리가 매일 받는 밥상은 또 어떠한가? 서양 사람들은 대개 자기가 먹을 음식을 하나의 접시 위에 받는다. 그래서 그 접시 위에 놓은 음식만 다 먹으면 된다. 그래서 그들은 별 고민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를 한다. 어쩌면 그래서 그들은 식탁에서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떤가? 우리는 대개 밥 한술 뜬 다음 한입에 반찬 두어 가지를 한데 넣고 먹는다. 첫 술에 두부, 콩자반, 그리고 김치를 한입에 넣고 먹었는데 맛이 괜찮았다고 해서 밥을 마칠 때까지 똑같은 보합, 즉 매번 두부, 콩자반, 김치의 조합을 반복하며 식사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우리 한국인의 두뇌는 밥 먹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반찬의 조합을 창조해 내기 위해 바삐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나는 또 생각한다. 섞는 것 하나는 우리가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제일 잘하는 게 아닐까? 그렇다고 해서 여러분에게 내가 읽은 책들을 마구잡이로 섞어 비벼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교자상 한가득 온갖 반찬들을 여기저기 널어놓는 것도 예의가 아닌 듯싶었다. 그래서 서빙은 서양식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선택은 여전히 여러분의 자유이고, 음식이 나오는 순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큰 양푼에 이 책 저 책 닥치는 대로 던져 넣고 얼큰하게 비벼 드셔도 좋다.

메뉴 소개

셰프 추천 메뉴 3은 이를 테면 '오늘의 요리'이다. '통섭 식당'이 자신 있게 내놓는 요리인만큼 맛있게 드시기 바란다. 애피타이저는 다소 부담되는 요리를 드시기 전에 입맛을 돋우는 전채인 만큼 비교적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들로 엮었다. 여기에는 소설도 있고 전기도 있고 몇몇 희망의 메시지도 담았다. 메인 요리는 아무래도 자연과학에 관한 책들로 메뉴를 구성했다. 동물의 행동과 사회구조에 관한 책들을 모아 'Part 1 동물을 알면 인간이 보인다'로 묶었고, 생명의 비밀과 진화, 그리고 유전자에 관한 책들은 'Part 2 생명, 진화의 비밀을 찾아서'에 나열했다. 'Part 3 과학, 좀 더 깊숙이 알기'에는 생명과학뿐 아니라 여러 다양한 과학 분야를 소개하는 책들이 담겨 있다. 디저트로는 과학자들의 특별한 삶의 향기를 담아냈다. 온갖 풍요로운 과학 지식을 드신 다음 그런 과학 이론을 연구한 과학자들의 생애에 관한 뒷이야기들로 입가심을 하시는 것도 유쾌한 일 일 것이다. 일품요리에는 반드시 과학과 연계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요리가 되는 인문사회 분야의 책들을 마련했다.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퓨전 요리는 서양과 동양의 요리가 한데 어우러지듯이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며 연출해 낸 통섭의 요리들이다. 음식점에서 퓨전 음식을 드시러면 약간의 용이가 필요하듯이 여기 소개된 책들을 읽으려면 조금의 심호흡이 필요할 것이다.

하버드대의 영장류학가 리처드 랭업의 《요리 본능》이란 책에 나와 함께 추천의 글을 쓴 이기 셰프 에드워드 권은 이렇게 말한다. "커피 한 잔을 끓여 마셔도 당신은 자신을 위한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이다. 나는 오늘도 셰프복의 단추를 끼우고, 접시라는 거울에 요리라는 내 얼굴을 비춰 사랑하는 나의 고객들에게 보여주려 즐거운 마음으로 뜨거운 불 앞에 선다." 비록 통섭을 추구하는 자연과학자가 마련한 메뉴이지만, 이 재료들을 가지고 여러분만의 지적 요리를 만드시기 바란다. 마크 트웨인은 일찍이 "고전이란 사람들이 칭찬은 하지만 읽지는 않는 책"이라 했다. 여기 《통섭의 식탁》에 올려놓은 책들은 고전이 아니다. 그러니 칭찬은 하지 마시고 그냥 즐겁게 읽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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